날씨가 따뜻해져 오네요..
4월에 들어가고 5월이 올때쯤이면, 어김없이 춘투가 또 시작되겠지요?
경기가 아무리 어렵고,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연중행사에 가까운 춘투는 올해도 당연히 벌어질 겁니다.
저는 데이콤(LG에 잡혀먹히기 이전) 재직 당시,
이 회사가 민노총 계열의 사무노조 소속이였고,
그당시 한창 피끓던 물불 안가리던 시절이라...ㅋㅋㅋ..
회사에서는 안티 - ANTI 로 한몫했었던 사람입니다.
(사측에서..저보구, ㅋㅋ "당신이 OOO 씨 입니까? 아휴 반갑네요.." 하고 아양질을 떨었으니까요..)
그당시 지부장이나, 사무처장등등... 그래도 남는게 인맥인지라..
요즘은 사업하고 있지만, 틈틈히 전화하고, 농담따먹고는 여전히 하지요..
언제던가?
지부장 하던넘이랑 만나서..술한잔 하다가..
농담반 진담반으로...문득 물어봤습니다.
"야.. 데모할때 말여... 뻑하면..빨간띠 두르고, 뻑하면 머리삭발하고...
좀 지겹지 않냐?
남들, 소나말이나 다 변하자고 하는 판인데..
데모할때, 그리고 노사협상할때 말여...
머리띠좀 풀고, 삭발안하구서..
양복깔끔히 입던가, 아니면...캐쥬얼하게 입고서... 조용조용 요구사항 깔아주면 안되냐?
씨... 맨난...뻘겅띠에 머리 깎아대고 소리쳐대니까...증말 빨갱이 같잖어...ㅋㅋㅋㅋ"
그랬더니..이넘이 특별하게 뭔가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었지만..
아래와 같이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야...그래두..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었고,
전통이잖어..쒸,,.
그래야만 좀 강해보이고,
그래야만, 뭔가... 싸워 쟁취할 수 있을것 같잖어...
양복 빼입고..머리 길르고 나가면..영 비리비리 해 보이지 않겠냐?"
솔직히..
데모하는거... 뭐..이해 충분히 합니다.
일단 사람이란게..
남이 얼마를 벌던, 어렵거나 말거나, 뭐 하던간에..
지주머니에서 단돈 100원이라도 털려나간다 생각되면..
가만히 있기 힘든법이니..
자신의 권리를 지킬 목적으로 자본-사측에 대항하여 전투적으로 데모하는거...
딱히 뭐랄수는 없겠지요..
머 누구는 대기업에 연봉 5천인데 데모하고 지랄한다...어쩐다고 거품들 물지만..
방금도 말씀드렸지만..부의 기준이 상대적인 것이다 보니, 이거 뭐 어쩔수가 없습니다.
일단 내주머니가 튼튼하고, 안정되야만,
남이 그네를 뛰는지, 널을 뛰는지 돌아볼 여력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데모하는 방법들도 이제는 좀, 과거에 비해 세련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한달에 십수만원만 받으면서 일들하십니까?
그런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맨날 뻘겅띠 둘러메고,
궁서체 비슷한 글씨체로 빨강 바탕에 흰글씨 써대고,
죽창에, 머리띠 둘러맨 민중봉기 깃발 그려대고,
뻑하면 하얀까운 목에 둘러 누군가가 민머리 삭발해 주고...
이런모습들이..요즘같이 수백만원 월급받아가는, 그런 노동자의 대표격 참모습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최소한 이렇게 변하면 어떨까요? ㅋ
사측보다, 더 세련된 옷차림에,
사측보다 더 세련된 말빨과, 실력으로,
매스컴을 압도할 수 있을정도의 카리스마가 느껴질 수 있도록..
데모 문화도 서서히 변해갔으면 합니다.
저정도로 세련되고 폼나는 형태의 협상이라면...
이건 노사 양분의 전투모드 느낌이 아니라,
비지니스대 비지니스의 느낌이 더 나서,
뻘겅띠 둘러매는것보다 한결 호소력있고 드라마틱하지 않을까요?
춘투...
머..기대는 안합니다만,
아마도 올 봄, 다들 죽어간다고 하더라도,
대의명분 어쩌고 하면서..또 씩씩하게 뻘건띠 둘르고, 머리 밀고 나올 모습들을 예측해보니..
갑갑해서 한마디 적어봤습니다.